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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우리신문]바쁜 농번기, 들녘에서는 쉴 틈 없이 하루가 흐른다. 새벽부터 시작된 노동은 해 질 때까지 이어지고, 그 사이 끼니는 종종 뒤로 밀린다. 누군가는 바쁜 손을 멈추지 못한 채 들녘에서 대충 끼니를 해결하고, 또 누군가는 홀로 밥상을 마주한다.
익숙해졌지만 결코 당연해서는 안 되는 이 풍경을 바꾸기 위해, 하동군이 다시 한번 움직였다. ‘식사 제공’을 넘어 사람과 사람을 잇는 공동체 회복의 정책. 하동군이 ‘하동형 농번기 마을식당 운영 지원사업’을 대폭 확대하며, 농촌의 일상에 변화를 불어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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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업의 출발은 단순하지만, 그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다. 농촌 인구 감소와 급속한 고령화, 그리고 1인 가구의 증가. 이 세 가지 변화는 농촌의 식사 문화를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았다. 가족이 함께 둘러앉던 밥상은 점점 사라지고, 혼자 끼니를 해결하는 일이 일상이 됐다.
특히 농번기에는 상황이 더욱 절박해진다. 일손은 부족하고 시간은 촉박하며, 식사는 대충 때우기 일쑤다. 하동군은 이 문제를 단순한 ‘복지’의 영역이 아닌 ‘공동체 회복’의 관점에서 바라봤다.
그 해답으로 제시된 것이 바로 ‘마을 공동식당’이다. 한 농민의 말은 이 정책의 본질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밥이 중요한 게 아니라, 함께 먹을 사람이 있다는 게 더 좋습니다.”
2025년, 현장에서 입증된 정책의 힘 = 이 사업은 이미 현장에서 그 효과를 입증했다. 2025년 추진 실적을 보면, 총 96개 마을(중복 포함)에서 사업이 운영되며 2755명의 주민이 참여했다.
급식은 4월부터 11월까지 농번기를 중심으로 진행됐고, 총 3252일에 걸쳐 운영되며 누적 7만 9510명의 급식이 이루어졌다. 이는 수치를 넘어, 농번기 동안 약 8만 건에 달하는 ‘함께하는 식사’가 지역 곳곳에서 이루어졌다는 의미다.
마을 단위의 작은 식당이 농촌의 일상에 깊이 스며들며, 공동체 회복의 가능성을 확인한 성과로 평가된다.
2026년, 더 촘촘하게 더 넓게 =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하동형 농번기 마을식당은 2026년을 기점으로 한 단계 더 진화했다. 가장 큰 변화는 참여 문턱을 낮추고 지원을 확대했다는 점이다. 기존 15명 이상이던 참여 기준을 10명 이상으로 완화해 더 많은 마을이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 더해, 마을 내 회관이나 경로당이 분산된 지역의 특성을 반영해 한 마을에서 최대 2개소까지 운영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는 “어르신들이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서 식사할 수 있어야 한다”라는 생활 중심 행정의 결과다.
사업의 내실도 한층 강화됐다. 마을당 지원 한도는 기존 500만 원에서 최대 800만 원으로 확대됐고, 부식비 단가 역시 3천 원에서 4천 원으로 인상되며 식사의 질까지 함께 끌어올렸다.
또한 인건비와 부식비 중심의 기존 구조에서 나아가 조리도구와 식기 구입이 가능한 ‘운영비’ 항목이 신설됐다. 이는 급식 지원을 넘어 지속 가능한 마을 공동식당 기반을 구축하겠다는 정책적 의지를 담고 있다.
117개 마을, 7억 원 규모… 정책의 본격 확산 = 2026년 사업은 규모 면에서도 한층 확대됐다. 총 117개 마을을 대상으로 약 7억 1200만 원이 투입되며, 3월부터 12월까지 농번기에 맞춰 운영된다.
특히 군비뿐 아니라 고향사랑기부금이 함께 활용되면서 이 사업은 지역 내부와 외부가 함께 만드는 참여형 정책으로 자리잡고 있다.
사업은 옥종·양보·악양 등 농업 비중이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촘촘하게 배치됐으며, 마을마다 다른 농번기와 재배 작물, 작업 시기를 고려해 연간 2회 분할 운영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더 나아가 급식 인원과 운영 기간, 예산 편성까지 마을이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함으로써 행정은 방향을 제시하고 주민이 내용을 완성하는 구조를 구현했다.
이 사업에는 분명한 원칙이 있다. 바로 ‘함께 먹는 식사’다. 도시락 개별 배달이나 외부 식당 이용, 위탁 급식은 허용되지 않으며, 오직 마을 공동식당에서 함께 식사하는 방식만 가능하다. 이는 끼니를 해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회복하는 데 정책의 본질이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하동형 마을식당은 단일 기능에 머물지 않는다. 영양 있는 식사를 통해 농업인의 체력을 유지하고 생산성을 높이는 동시에, 고령농과 1인 가구의 식사 문제를 해결하며, 나아가 마을 공동체를 다시 연결하는 역할까지 수행한다.
농업과 복지, 그리고 공동체 회복이라는 세 가지 가치가 하나의 정책 안에서 유기적으로 작동하는 구조다.
신뢰 위에 세운 정책 = 사업 확대와 함께 관리 체계도 더욱 정교해졌다. 식중독 예방과 위생 관리, 화재 예방 등 안전관리를 철저히 하는 한편, 보조금 집행 역시 인건비는 계좌이체, 부식비는 체크카드 사용으로 구분해 투명성과 책임성을 동시에 확보했다.
또한 허위 신청이 적발될 경우 전액 환수 등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정책 전반의 신뢰도를 높였다.
지금 농촌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단순한 인구 감소가 아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이 끊어지는 ‘관계의 단절’이다.
하동군은 그 해법을 가장 기본적인 삶의 자리에서 찾았다. 바로 ‘밥’이다.
하동형 농번기 마을식당은 결코 작은 정책이 아니다. 이는 농촌의 일상을 바꾸는 구조적 실험이며, 그 중심에는 언제나 사람이 있다.
오늘도 하동의 어느 마을에서는 따뜻한 한 끼가 차려진다. 그리고 그 밥상 위에서, 사람은 다시 연결되고 농촌의 내일은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만들어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