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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상의 자기결정권 행사와 의사의 진료의무 충돌의 법적인 문제.
종교적인 이유로 수혈을 거부하는 경우를 중심으로
기사입력 2010-12-14 22:51   최종편집 경남우리신문
작성자 경남우리신문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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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된 무수혈 수술 선택 영아 사망 기사에 대한 부모측의 입장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아이의 사망의 원인(패혈증)은 심장과 관련이 없습니다.
 
서울대병원 발행 사망진단서 자체도 사망원인 '패혈증'은 심장질환과 "관계가 없음"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2. 아이의 심장 수술은 최초 보도와는 달리 급박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아산 측도 1-2개월 후에나 수술을 할 예정이었고, 서울대 측 역시 아이의 당장의 복부 질환이 나아진 후(수개월 후)에나 수술이 가능하다고 평가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가처분 심리 당시 아이의 부모는 대체 치료방법에 대한 선택권을 전혀 제공받지 못했고(소송 대리인 없었음), 법원도 그러한 자료를 제공받지 못했습니다. 

3. 아이의 부모는 최선의 치료를 위한 선택권을 행사했습니다.
 
환자는 치료 방법을 선택할 권리가 있고, 전원의 권리도 있습니다. 병원 역시 자체 기술이 어렵다면 타 병원으로 전원시킬 권리를 보장해 주는 것이 우선입니다.
 
부모는 아이를 위한 최선의 치료를 위하여 무수혈 유아 심장수술에 정통한 의료진(서울대 김웅한 교수팀, 첨부 신문 기사 및 논문 참조)을 찾았고 '수술을 위해' 서울대병원으로 이송을 결정하였습니다. 또한 부모는 수술 자체를 거부한바 없습니다.
 
그럼에도 여타 보도처럼 아이를 방치하여 죽게 했다는 식의 보도는 심중한 형사책임을 지우게 하는 효과를 발생시키고 심각한 명예훼손도 우려되는 것입니다
 
4. 첨부드린 논문 자료는 소아 심장 수술에서 오히려 혈액 사용의 최소화가 아이에게 유익함을 보여줍니다(422면).
 
약 100여명의 유아 심장 수술 경험을 기초로 쓰여진 위 논문(김웅한 교수팀 집필)은 원래 여호와의 증인을 위한 무수혈 수술 경험 논문을 기반으로 출발한 것입니다. 첨부 보도 자료에 의하면 동 기술은 지난 10년간 사용된 기술입니다. 무수혈 치료는 당당히 선택 가능한 방법입니다. 이러한 선택을 바로 아이를 방치하는 것과 연결시킬 수 없습니다.
 

의료상의 자기결정권 행사와 의사의 진료의무 충돌의 법적인 문제

- 종교적인 이유로 수혈을 거부하는 경우를 중심으로

변호사 오 두 진


1. 환자의 자기결정권
가. 의의
 
인간은 자유의지를 지닌 존재로서 스스로 판단하여 결정한 사항에 더 의미를 두고 행동한다. 자신을 타인에게 맡기는 경우에도 수임자가 자신의 의지와 입장을 존중해 줄 것을 기대하고, 그러할 때 위임자는 기꺼이 협조를 하게 되어 전체적으로 일의 과정과 결과가 양측 모두에게 만족스럽다. 자기결정권이 가치있는 이유다.
 
현대에 이르러 의료 영역에서도 의료행위는 환자의 자기결정권의 행사를 기초로 행해져야 한다는 개념이 보편화 되어 있다. 이는 의료행위가 환자의 'Informed Consent'를 전제로 하므로 의사의 충분한 설명이나 이를 전제로 한 환자의 동의가 없는 상태에서의 치료는 민.형사상의 책임으로 이어진다는 법학적 논리와 맥이 닿아있다. 특히 형법적으로 환자의 동의는 상해죄의 외형을 띠는 의료행위에 대하여 피해자의 승낙이라는 법리로 위법성을 탈락시키는 역할을 하므로 매우 중요하다.
 
여호와의 증인의 경우 수혈이 관련된 치료방법을 거절하고 반면 무수혈 치료법을 선택한다. 종교적 신념이 그 이유이다. 이들의 행위는 치료 자체의 거부나 생명의 포기가 아니라 헌법이 보장하는 자기결정권의 행사에 따른 치료법의 선택이다. 이 점은 최근 선고된 유럽인권재판소의 판결도 확인한 바 있다:
 
여호와의 증인의 경우와 같이 치료를 완전히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건강이 회복되기를 희망하는 가운데 여러 가지 의료 시술을 두고 선택권을 행사하는 것은 사기(死期)를 단축시키기 위해 치료를 중단하는 것과 전혀 다른 상황이다(유럽인권재판소 2010.6.10.선고 302/02호 판결, Jehovah's Witnesses of Moscow v. Russia, 제132항). 1)

1)또한 동 재판소는 의료영역에서 자기결정권의 가치에 대해서는 다음과 판단하였다:
     "특정 의료 시술을 받아들이거나 거부하는 자유 및 그에 대한 대체 치료법을 선택할 자유는 자기결정권과 사적 자치의 원칙과 관련된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중략) 이러한 자유가 진정으로 의미를 가지려면 환자의 선택이 다른 사람들에게 비합리적이거나 이치적이지 않고 경솔한 것처럼 보이더라도 환자 본인의 견해와 가치관에 따라 의료 시술에 대한 결정을 내릴 권리를 인정해야 한다"(유럽인권재판소, 302/02호 판결, 제136항).

나. 사전의료지침 및 의료위임장의 법적 효력
 
여호와의 증인은 자신이 무의식이 된 경우를 대비하여 관련된 종교적 원칙과 의료지식을 충분히 일찍 심사숙고하여 자신의 입장을 정리 및 결정하고 이를 '의료 지침'의 형태로 문서화한다. 또한 동 문서에는 이러한 자신의 입장을 대변할 대리인을 선정하였음을 표시하는데, 이것은 '위임장'으로 불린다. 위 통합 문서는 '의료  지침 및 위임장'이라고 한다.
 
'의료 지침'에 대하여는 자기결정권의 문서화된 표현이므로 의료 관계자는 이를 존중할 것으로 본다.
2) 그런데 '의료 위임장'과 관련하여서는 신체에 대한 자기결정권이 일신전속적인 성격이므로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의 위임은 본인의 자기결정을 대신한다는 개념이 아니라 본인이 내린 결정이 존중되도록 그 의사를 대변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일신전속권에 대한 대리라는 개념이 생소한 국내법에서도 이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 3)   
2. 강제 수혈 문제
가. 문제의 소재
 
응급상황이 아닌 때에 환자의 자기결정권이 문제되는 경우는 이제 매우 드물다. 우리 의료계도 환자의 권리를 옹호하는 방향으로 여러 가지 선택권을 제공하면서 충분한 설명과 함께 동의를 얻는 관행이 정착되어 가고 있다. 환자의 동의 없는 임의 수혈은 흔히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으로 연결된다.
4)그런데 응급상황의 경우는 의사의 생명보호 의무와의 충돌 문제가 발생하므로 이를 고려한 법적 평가가 있어야 한다. 이 점에 대한 논의를 조금 단순화하자면, '긴급상황이라면 강제수혈이 허용될 것인가?'라는 문제로 귀착된다. 물론 환자가 진지한 자기결정권을 행사하고 있는 상황을 전제로 한 논의이다.

2) 대법원 역시 최근 일명 ‘존엄사’로 불리는 사건에 관한 판결에서 “환자가 회복불가능한 사망의 단계에 이르렀을 경우에 대비하여 미리 의료인에게 자신의 연명치료 거부 내지 중단에 관한 의사를 밝힌 경우에는 … ‘사전의료지시’에 의하여 자기결정권을 행사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09다17417 전원합의체 판결).
3)여호와의 증인이 사용하는 '의료 지침 및 위임장' 제7항은 '본인은 (의료 대리인을 포함하여) 그 누구에게도 이 문서에 기술한 지침을 무시하거나 무효화할 권한을 부여하지 않는다'라고 규정함으로써 의료 대리인은 단지 본인이 사전에 결정한 내용이 제대로 반영되도록 수임 업무를 이행할 뿐임을 확인할 수 있다. 앞서 언급된 유럽인권재판소의 판결 역시 같은 취지로 판시한 바가 있다:  "이 카드는 사전 의료 지침으로서 단지 환자가 자의적으로 어떠한 경우에도 혈액이나 혈액 성분을 받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것이다. 그 밖의 의료 관련 결정과 관련해서는 그 결정을 내릴 권한을 다른 사람에게 위임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가 의식이 없거나 의사 표현을 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할 때 의료 절차에 대한 환자 본인의 선택을 의료진에 알리고 이를 존중해 줄 것을 요구할 수 있도록 법적 대리인을 미리 지정해 두는 것이다."(유럽인권재판소 302/02호 판결, 제140항)
4)일본최고재판소 2000. 2. 29. 선고, 평성 10년 제1081호, 제1082호 판결 손해배상청구 사건; 한편, 선진국의 의료계는 이제 수술 전 환자로부터 '수혈에 대한 동의'를 받도록 제도화하고 있다. 또한 수혈은 의사의 설명의무와도 관련이 있는데,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1990년부터 Paul Gann Blood Safety Act를 운용하면서 의료진이 혈액 관련 처방을 하기 전에 반드시 환자에게 수혈의 위험성을 고지하도록 법제화하였다.
 
다시 문제의 유형을 세분화하자면, 치료의 대상과 관련하여서는 성인, 준성인, 그리고 준성인에 미치지 아니한 아동의 경우로 나뉘고, 책임의 종류에 대하여는 강제로 수혈을 한 경우 및 긴급시에도 수혈을 하지 않은 경우로 나뉜다.5) 전자와  관련하여 논의의 편의상 준성인의 경우는 비록 법적 논의가 완결된 것은 아니지만 신념의 정도와 진지성에 따라 성인에 준하는 자기결정권의 주체성이 인정 가능하므로 성인의 경우와 묶어서 논하기로 한다. 후자와 관련하여서는 별도의 항에서 기술한다.
나. 전제의 오류
 
문제를 논하기 전에 수혈 문제가 대두될 경우 흔히 만나게 되는 전제의 오류를 바로잡고자 한다. 과연 '수혈이 구명(求命)과 바로 동일시되는가'이다.6) 다시 세부적으로는, '수혈이 생명을 보장하는 유일한 방안이라고 확신할 수 있는 상황이 과연 얼마나 존재하는가? 의사가 주장하는 수혈 치료는 성공을 장담할 수 없지만 한번 시도해 볼 만한 방법에 불과한 것은 아닌가?' 등의 질문이 생긴다.
 
무수혈 치료기법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상황과 (뒤에서 자세히 살펴볼 수 있듯이) 응급상황 혹은 생명의 위협이 고도로 따르는 영역에서도 무수혈 치료가  성공하고 있는 의료 현실을 고려할 때, 무수혈 처치를 충분히 했음에도 실혈로 사망할 개연성이 100%라고 할 상황은 극히 예외적이고, 또한 그 예외적인 상황에서는 수혈은 단지 하나의 시도해볼 만한 방법이지 결코 성공을 장담할 유일한 방법이 아니라는 것이다. 수혈은 구명과 직결되는 방법이 아닌 것이다.
 
이러한 전제의 오류를 바로잡으면, 법률적인 문제는 상당히 간단해진다.   

5)환자 사망시 책임의 문제에서 보호자의 책임은 배제하기로 한다. 보호자의 책임과 관련하여 1980년 대법원의 유기치사 사건(대법원 79도1387호 판결)이 회자되고 있으나, 무수혈 수술이 정당한 치료법으로 정착되고 있으므로 더 이상 부모의 의료진에 대한 무수혈 수술 요청이 '유기'라고 볼 수 없고, 뒤에서 살피는 바와 같이 예외적으로 매우 긴급한 상황일 경우라면 수혈은 하나의 시도해 볼 만한 방법일 뿐 유일한 성공 방법이 아니어서 고의 및 인과관계의 인정에도 문제가 있으므로 적어도 작금의 현실에서는 타당한 판례가 될 수 없다.  
6) 이러한 질문을 던지는 이유는 수혈을 하지 않는 것이 생명위기의 상황에서 '아무것도 안하면서 환자를 방치'하는 것이라는 선입견을 바로잡기 위함이다. 일반인과 관련하여서는 그럴 수 있다. 그러나 종교적 사유로 수혈을 거부하는 사람에 있어서는 중첩되는 헌법적 가치, 즉 '종교적 신념'에 따른 '자기결정권'이 관련되어 치료의 전면거부나 환자의 방치 문제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다. 성인의 경우
 
성인의 경우는 자기결정권이 거의 절대적으로 인정받는 추세이다. 이에 더하여, 응급상황의 경우라도 무수혈 기법이 다양하게 적용되고 있으며 성공률도 높아지고 있는 점, 선진국에서는 수혈을 특별히 거부하지 않는 사람의 경우도 수혈에 대한 동의를 받아두는 것을 제도화하는 사실 등을 고려하면, 비록 응급시라 하더라도 환자가 분명히 사전에 수혈거부의 의사를 표현한 경우라면 임의 수혈을 하여서는 안된다. 임의 수혈이 행하여질 경우 민사상의 책임으로 이어질 수 있음은 앞서 살핀 바와 같다.
라. 아동의 경우
 
준성인에 이르지 못한 아동, 즉 자연적 통찰력을 지니지 못한 아동의 경우는 친권자인 부모가 의료적 결정을 내린다.7) 그런데 이 경우는 흔히 아동을 위한 최상의 복리 원칙을 이유로 하여 생명의 위협이 되는 상황에서는 수혈을 반대하는 부모의 결정이 배척될 수도 있다는 법적 판단이 내려지기도 한다. 그리하여 영미법계에서는 형평법에 기인한 Injunction 제도를 활용하여 아동에 대한 의료 명령이 내려지기도 하고, 대륙법계에서는 친권상실 제도를 활용하여 후견법원이 부모의 역할을 대신하기도 한다. 최근 국내 법원에서도 치료업무방해금지가처분이 허용됨으로써 유사한 시도가 있었다. 그러나 이처럼 법률적 방법을 사용하여 수혈을 강제하는 것은 여러 가지 면에서 재고의 여지가 있다.
 
첫째, 앞서 전제의 오류에서 지적한 것처럼, 사실상 긴급한 상황에서도 무수혈 치료법으로 생존한 경우가 많으므로, 급박한 상황이라도 수혈은 단지 시도해 볼만한 방법일 뿐 유일한 생존방법이 아닐 수 있다. 흔히 '생명 대 종교적 신념'으로 보는 법익형량 구조는 왜곡된 경우가 상당히 많다.8)

7)이 결정은 대리권이 아니라 부모가 갖는 친권의 고유한 내용으로서 자녀의 복리를 중심으로 그를 보호하고 양육할 권리에 따른 것이다. 다시 말하면, 일신전속권인 신체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다.

8)최근 서울동부지방법원이 인용한 모 병원의 가처분신청의 사안은 생후 1개월 된 여아의 선천성 심장기형 문제였는바, 병원측의 주장에 의하면 수혈을 동반한 수술의 경우 성공률 30~50%이고 무수혈의 경우 실패율이 5% 미만이라고 했고, 법원은 이를 매우 중요한 판단의 근거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한국일보 2010. 10. 22.자). 그러나, 2009년 서울대학병원은 부모의 종교적 신념을 존중하여 생후 2주된 여아의 경우에 동종의 수술을 무수혈로 성공적으로 시행하여 완치시킨 사례가 있었다. 보도에 의하면 동 대학병원이 사용한 시술법은 지난 10년간 사용해 온 시술법이다(2009. 7. 6.자 The Medical Herald). 한편, 위 수술팀의 집도의가 주관하여 작성한 한 논문은 100여명의 소아를 대상으로 한 수술 결과를 토대로 신생아의 심장수술시 충진액 및 혈액 사용량을 줄이는 것이 관건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김웅한 등, 신생아와 유아 심장 수술 시 심폐기회로 충진액의 최소화, 대한흉부외과협회지, 2009; 42: 422-423면). 위 가처분 심리 절차에서 과연 이와 같은 자료가 제시되어 검토되었을지 의문이다.
 
둘째, 영미나 독일의 제도는 원래 자녀를 학대하거나 일절의 치료를 거부함으로써 보호를 태만히 하는 경우를 예상한 제도로서, 기본적으로 그 취지는 부모가 자녀에게 필요한 치료를 베풀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데 여호와의 증인 부모는 자녀를 위한 최상의 치료를 추구하므로 신앙요법이 아닌 의학적 치료를 선택하고 의료진에 적극 협조한다. 이는 자녀의 생명을 경시한다는 선입견이 잘못된 것임을 보여준다. 법원이 개입하는 제도는 여호와의 증인의 수혈 문제와 관련하여 오용되는 경향이 강하다.
 
셋째, 이들의 가족간 유대는 매우 친밀하며 종교적 신념을 같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감정적.영적 고통도 고려하는 전인적 치료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고, 결국 치료 후에는 환아가 가족의 품에서 보호와 돌봄을 받고 살아야 함을 고려할 때, 정신적 충격을 추후에 공유하게 될 아동을 포함하여 이들이 겪는 심리적 충격은 신체적 폭력 이상의 것이다.
 
넷째, 예외적으로 친권을 제한하는 독일의 경우 부모는 후견법원 앞에서 무수혈 치료나 대체적인 조치를 채택하고 있는 다른 병원에서의 수술을 시행할 수 있도록 촉구할 수 있으며, 이 때 법적인 조치로서의 친권의 박탈은 오로지 최후의 수단이어야 한다.9) 영미 제도와 관련하여 '아동에 관한 의료 명령에서 판사가 유의해야 할 지침'은 "특정 치료가 필요하다고 하는 의사들의 결정은, 그것이 그 상황에서 타당성 있는 유일한 절차인지에 대해 법정에서 그 정당성을 인정받아야 한다"고 규정한다.10) 따라서 이러한 법제하에서도 부모의 선택권이 우선적으로 고려되고 있고, 대안 존부나 수혈의 급박성에 대한 입증이 충분해야 하며, 친권 상실의 경우 이를 감독할 후견법원이 존재한다는 사실 등을 고려하면 강제수혈을 위해 법원의 강제력을 이용하는 것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11)

9) 이재승, 연구논문: 독일에서의 수혈 거부의 문제, 환자의 권리와 무수혈 치료, 학영사, 2005, 163면 
10) 미국 판사 협의회(Council of Judges) 발간; 백승우, 연구논문: 미성년자의 수혈 거부, 환자의 권리와 무수혈 치료, 학영사, 2005, 82면에서 재인용
11)수혈의 유일한 수단성에 대한 입증의 부담에 더하여 의사나 병원측이 고려해야 할 요소는 강제 수혈이 행하여 졌을 경우 대두되는 수혈의 합병증이나 에이즈, 간염 등 치명적인 감염 등의 부작용에 대한 법적책임이다. 강제 수혈의 경우는 일반적인 수혈 프로세스가 아닌 환자측의 분명한 의사에 반하여 강제로 행하는 것이므로 부작용과 수혈 사이의 인과관계가 인정될 가능성이 더 높다.
 
다섯째, 사실적 문제로서 병원측이 법원의 개입을 요청하는 이유 가운데에는 추후 환아 사망시 발생할지 모르는 형사책임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 본다. 그러나 아동의 경우도 응급상황을 포함하여 무수혈 시술의 성공례가 계속 축적되고 있고, 법조계에서도 무수혈 시술의 선택이 자기결정권의 범주에 있다는 점을 인정하므로 여러모로 형사소추의 위험은 계속 감소하고 있다.12)우리 대법원 판례 역시 "의사는 진료를 행함에 있어 환자의 상황과 당시의 의료수준 그리고 자기의 지식경험에 따라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진료방법을 선택할 상당한 범위의 재량을 가진다고 할 것이고, 그것이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난 것이 아닌 한 진료의 결과를 놓고 그중 어느 하나만이 정당하고 이와 다른 조치를 취한 것은 과실이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한다(대법원 2005다5867 판결; 대법원 2008도3090 판결 등). 이제는 응급상황에서도 과감히 도전에 응하여 무수혈 시술을 시도함으로써 구명의 적기를 놓치지 않음과 동시에 환자 및 가족의 신뢰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할 때다.

3. 수혈시 또는 무수혈시 책임 문제
가. 강제로 수혈을 한 경우
 
긴급한 상황에서 의사가 수혈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수혈한 경우, 상해죄나 강요죄가 문제될 수 있는데, 긴급성이 충분히 입증된다면 형법상 긴급피난이나 정당행위로 위법성이 없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환자가 성인 혹은 준성인인 경우는, 자기결정권과의 엄밀한 비교가 요구될 것이고, 설령 형법적으로 죄가 되지 않는다고 하여도 민사적으로 손해배상이 문제될 여지가 있다. 아동의 경우도 앞서 살핀 바와 같이 대안의 부재 및 수혈이 최후수단이라는 점에 대하여 충분한 입증을 하지 못할 경우, 병원측은 법적 책임을 져야 할 수 있다. 그간 존재했던 환자측과의 중요한 신뢰가 깨지는 문제는 별론이다.
나. 무수혈 수술로 사망한 경우 13)
 
자기결정권은, 비록 생명권이라는 법익과 동시에 고려되어야 하지만, 인간의 존엄성에 기초한 것이고 인간의 존재 자체를 의미있게 하는 것이므로 생명의 위험이라는 요소로 인하여 쉽게 무시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14) 따라서 자기결정권이 바로 생명의 포기와 동일시 될 수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특히 그것이 치료를 향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라면 위험이 증가한다는 이유로 섣불리 의사 혹은 국가의 개입을 정당화하거나 그 개입을 형법적으로 강요하지 않아야 한다.

12)지금까지 여호와의 증인이 무수혈 시술 중 환자가 사망한 것을 이유로 의사를 형사고발한 사례는 없다. 신앙을 달리하는 가족의 경우가 문제될 수 있으나, 이 경우 병원교섭위원회의 중재 활동이 도움이 된다. 또한 무수혈 경험이 적은 병원의 경우는 무수혈 센터가 있는 병원으로 전원시키는 것도 리스크를 줄이는 방법이다.
13)여기서 면책각서의 효력이 문제되는데, 민사의 경우는 무수혈 시술에 과실이 없는한 면책각서가 효력이 있을 것이나, 형사의 경우는 공법의 영역이므로 면책각서가 형사고소나 형사소추 자체를 막지는 못한다. 그러나 이하에서 살펴 볼 수 있는 것처럼, 무수혈 시술 자체에 과실 요소가 없는한 형사적으로도 무죄라고 보아야 한다.
14)"선택의 자유와 자기결정권은 그 자체가 생명권의 가장 근본적인 구성요소이다. (중략) 전염병이 유행할 때 강제적 예방접종을 실시할 필요성이 대두되지 않는 한, 국가는 보건의 영역에 있어서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아야 한다. 그처럼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은 생명의 가치를 증진시키기 보다는 오히려 생명의 가치를 약화시킬 수 있다"(유럽인권재판소, 302/02호 판결, 제136항)

 
형사책임과 관련하여서는 과실과 위법성의 문제가 핵심인데, 이하에서는 응급상황에서 무수혈 수술의 선택이 과실로 평가될 수 있는가를 중심으로 살펴본다.
 
우선 무수혈 치료법의 일반 운용을 보면, 국내에서 부천 세종병원, 인제대 백병원(서울, 부산), 순천향대 의료원(서울, 부천, 천안, 구미), 단국대병원(천안), 동아대병원(부산), 영남대병원(대구), 을지대병원(대전), 충남대병원(대전) 등이 '무수혈 센터'를 개설하여 무수혈 치료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운영하고 있고,15) 비록 무수혈 센터가 개설되어 있지 않은 병원에서도 환자의 선택에 의하여 무수혈 치료가 가능하고 심지어 생명의 위험이 고도로 따르는 경우도 성공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16)
 
많은 의학논문들도 무수혈 치료가 응급상황에서 성공적으로 적용되고 있음을 보고하고 있다. 보통의 경우라면 생명에 위협이 되는 상황으로 여겨져 수혈을 했겠지만, 종교적 신념을 존중하여 그러한 응급상황에서도 일관되게 무수혈 시술을 시행하여 성공한 사례를 살펴보면, (i) 울혈성 심부전으로 상황이 악화된 28세 산모에 대하여 수혈 없이 응급 제왕절개수술을 시행하여 건강한 쌍둥이 남녀아를 분만시키는 데 성공한 사례(혈색소 변화: 수술 직후 8.1g/dL- 술후 3일 4.7g/dL- 술후 12일 5.6g/dL 퇴원- 술후 95일에 8.4g/dL 분만전 수치로 회복),17) (ii) 내원 7시간 전에 발생한 교통사고로 간파열에 의한 대량 혈복증을 보인 47세 남자를 수혈 없이 응급 개복술을 시행하여 성공한 사례(혈색소 변화: 수술 직전 3.8g/dL- 술후 2.8g/dL- 술후 2일 2.8g/dL- 술후 11일 6.2g/dL- 술후 28일 8.1g/dL- 술후 37일 9.9g/dL 퇴원),18) (iii) 임신 23주인 35세 임산부로서 진통 및 질 출혈을 보이고 초음파상 전치태반의 소견을 보여 응급으로 개복 자궁 절제술을 수혈 없이 시행하여 성공한 사례(혈색소 변화: 내원 당시 10.3g/dL- 술후 1일 2.7g/dL- 술후 2일 2.9g/dL- 술후 11일 6.5g/dL- 술후 13일 퇴원),19) (iv) 말기 신부전 환자로 주3회 혈액투석을 받던 59세의 남자가 위궤양의 급성 출혈 소견을 보여 수혈 없이 응급 지혈술을 받아 성공한 사례(혈색소 변화: 내원 당시 4.0g/dL- 입원 7일 3.9g/dL- 입원 9일 4.7g/dL- 입원 14일 6.6g/dL 퇴원- 퇴원 2주후 7.9g/dL),20) (v) 25세의 여자 환자로 우측 상완골 근위골절 재수술 중 예상치 못한 과다 출혈이 발생하였고 술후에도 극심한 빈혈이 나타났으나 혈액이나 기타 혈액 성분 제재를 사용하지 않고 마취 및 수술을 시행하고 술후에도 무수혈 치료를 계속하여 성공한 사례(혈색소 변화: 술전 12g/dL- 수술 시작 3시간 8.5g/dL- 술후 2시간 5.1g/dL- 술후 6시간 4g/dL- 술후 10시간 3.2g/dL- 술후 3일 2.9g/dL- 술후 4일 4.1g/dL- 술후 12일 6.8g/dL- 술후 15일 9.0g/dL- 술후 40일 13.9g/dL 퇴원),21) (vi) 혈색소 수치가 모두 3.1g/dL 정도까지 떨어지고 각각 2L, 1.1L의 실혈이 발생한 응급 수술의 상황(제왕절개술 및 자궁적출술을 받은 37세의 산모와 좌측 신장의 거대 종양 제거수술을 받은 48세의 남자)에서 무수혈 처치로 치료에 성공한 두 가지의 증례22) 등의 사례가 있다.

15) 광주지방법원 2009노1622 판결
16)앞서 살핀 바와 같이 서울대병원의 의료진은 체중이 2.8kg에 불과한 신생아에 대하여 실험적 무수혈 수술에 성공하였다. 생후 2주된 이 신생아는 대동맥 축착증 및 대동맥궁의 저형성증, 심방 중격 결손증, 대동맥 개존증을 앓고 있었고, 여호와의 증인인 부모의 의사에 따라 의료진은 국소뇌혈관 관류 수술기법을 적용하여 성공하였다. 서울대병원은 아직 '무수혈 센터'가 개설되어 있지 않은 병원이다.
17)이준학, 남경희, 홍성주, 이기남, 문준일, 김현삼. 여호와의 증인 산모의 응급 제왕절개술시 마취관리. 대한마취과학회지. 2000; 38: 567-570.
18)최 일, 차정곤, 노정호, 조철균, 김현종. 수혈을 거부하는 대량 혈복증 환자의 무술혈적 수술 및 치료. 대한외과학회지. 2000; 58(2): 280-284
19) 김재령, 여소진, 이해혁, 김정식, 김태희, 남계현 등. 여호와의 증인 환자에서 사과적 출혈 후 무수혈 치료 2예. 순천향의대논문집. 2004; 10(2): 1132-1133
20) 최수정, 김진국, 황승덕. 수혈을 거부하는 혈액투석환자에서 상부위장관 출혈의 무술혈적 치료 1예. 순천향의대논문집. 2004; 10(2): 709-712
21)임승기, 지대림. 수술 중 예상치 못한 과출혈이 발생한 여호와의 증인 환자의 마취 1예. 영남의대학술지. 2006; 23(1): 96-102
22)조성환, 구본성, 김상현, 채원석, 진희철, 김용익. 여호와의 증인 환자에서 무수혈치료 경험 2예. 대한마취과학회지. 2008; 55(5): 621-624
23)박창민, 정준영. 응급실 내원 환자의 무수혈적 치료에 관한 결과분석. 대한응급의학회지. 2007; 19(1): 64-69
24) 전병열, 신정원, 박유진, 박노진, 최태윤, 신희봉 등. 순천향대학교병원 무수혈센터 운영경험. 대한진단 학회지. 2004; 24(5): 308-313

 
한편 개별적 사례가 아닌 수년 간의 다수의 응급상황의 환자들에 대하여 무수혈 처치가 행하여진 사례군에 대한 연구들도 있었다.
 
 
(i) 하나는 2004. 1.부터 2006. 7.까지 동아대학교 의과대학의 응급실을 통해 내원한 수혈 거부 환자(모두 여호와의 증인) 95명을 대상으로 후향적 분석이다.23) 동 연구는 수혈을 받지 않은 95명 중 의학적으로 수혈이 필요한 환자를 헤모글로빈(혈색소) 수치 7.0g/dL 이하인 자로서 총 17명으로 판단하였다. 사망은 2명이었는데, 그 내용을 보면 한 명은 교통사고로 인한 하지 짓이김 손상 환자(6세 여아)로 수술 후 합병증인 파종성혈관내응고증후군으로 사망하였고, 다른 한 명은 만성 빈혈과 흡인성 폐렴을 주소로 내원한 환자(84세 여자)로 급성호흡곤란증후군으로 사망한 경우이다. 반면, 의학적으로 심한 빈혈의 상태로 여겨지는 혈색소 수치 4.9, 4.8, 4.6. 4.3, 3.0g/dL의 경우에 모두 성공적으로 치료에 성공하였다.
 
 
(ii) 또 다른 예는 1996. 12.부터 2003. 7.까지 무수혈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순천향대학교 병원에 내원한 모든 여호와의 증인 환자를 대상으로 후향 조사를 한 연구이다. 24)총 757명의 내원 환자 가운데 응급상황으로 수혈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된 환자이나 수혈 대체 요법을 시행한 사례군은 모두 155명이었고, 그 중 19명(2.5%)이 사망하였다. 그 중 혈색소 수치 5g/dL 이하의 사망자가 8명이었다. 그러나 이에 대하여 동 논문은 "문헌에서 전치태반으로 제왕절개술을 받던 중 출혈로 전자궁적출술을 받은 여호와의 증인 환자가 혈색소 농도가 1.4g/dL까지 떨어졌으나 수혈 없이 치료받고 특별한 후유증 없이 회복한 예와 혈색소 농도 5g/dL 이하에서도 생존한 예가 많이 있기 때문에25) 사망 원인이 빈혈로 기록되지 않은 환자들의 경우 사망 당시 혈색소 수치가 낮다는 것만으로 사망 원인을 빈혈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기술한다. 반면 동 논문은 빈혈에서 회복된 생존자들 가운데에 진행위암으로 내원한 48세의 여자가 혈색소가 2.7g/dL까지 감소되었으나 무수혈 치료에 의하여 회복되어 퇴원하였다고 알려준다.
 
(iii) 가장 최근의 연구로는 2000. 1.부터 2006. 3.까지 순천향대학교 병원 산부인과를 방문한 359명 중 출산을 목적으로 병원을 방문하여 수혈을 거부한 127명(종교적 이유 124명, 감염우려 이유 2명, 사유 불명 1명)을 대상으로 후향적 진료기록을 검토한 결과가 있다.26) 동 연구는 혈색소 수치가 8.0g/dL 이하이거나 급성 출혈을 일으켜 시술을 시행하는 동안 1L 이상의 출혈이 발생한 경우 등을 수혈 적응상태로 정의하였는데, 모두 동 병원의 무수혈적 치료 기준에 따라 약물요법을 시행하여 사망한 경우 없이 퇴원하였다고 알려준다. 특히 제왕절개술 후 자궁무력증으로 인해 약 2.8L의 대량 출혈이 발생하고 자궁절제술을 시행한 환자는 술후 1일 혈색소 수치가 3.8g/dL까지 떨어졌지만 무수혈적 치료를 시작하고 수술 후 12일 째 6.7g/dL까지 상승되어 퇴원하였다. 동 연구는 수혈 적응증 군의 경우 비적응증 군에 비해 출혈량이 2배 이상 많아도 적절한 무수혈적 치료를 통해 혈색소 감소의 폭을 통계적으로 유의하게(P-value: 0.05) 줄일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
 
그 밖에도 응급상황은 아니나 시술 과정에서 일반적으로는 수혈이 필수적이라고 생각되는 상황에서 위험을 감수하고 무수혈 수술의 방법으로 성공한 예를 발표한 논문도 상당히 많았는데, 심장수술의 하나인 폰탄전환술 및 부정맥수술,27) 11세 여아인 급성림프구성백혈병 환자의 완치례,28) 24명에 대한 척추유합 수술 성공례,29) 총 102명 중 101명에 대한 무수혈 심장 수술에 대한 성공례(1명의 사망은 출혈이나 빈혈과 무관),30) 9명에 대하여 무수혈로 신장 이식 수술을 성공한 사례31) 등이 있다.

25) Viele MK and Weiskopf RB. What can we learn about the need for transfusion from patients who refuse blood? The experience with Jehovah's Witnesses. Transfusion 1994; 34: 396-401(위 글에서 재 인용)
26)박승준, 김지영, 안승희, 김미경, 차상헌, 최규연 등. 산과영역에서 수혈거부 환자의 무수혈적 치료에 대한 임상적 고찰. 대한산부인과학회지. 2008; 51(1): 82-88
27)류재욱, 김웅한, 나찬영, 오삼세, 김수철, 임 청 등. 여호와의 증인 환자의 폰탄전환술 및 부정맥수술. 대한흉부외과학회지. 2001; 35: 48-51
28)전창호, 이경화, 이순용. 여호와의 증인의 급성림프구성백혈병 환자 치험 1례. 대한소아혈액종양학회지. 2003; 10(1): 105-109
29)이규열. 동종 수혈을 거부한 환자에서의 척추 유합술. 대한척추외과학회지. 2007; 14(2): 87-95
30) 이종현, 신다흰, 허금주, 이창하, 나찬영. 무수혈 심장 수술에 대한 임상적 고찰. 대한마취과학회지. 2007; 52(5): 530-536
31)나현희, 김문철, 김승우, 구본일, 고행일. 종교적인 이유로 수혈을 할 수 없는 환자에서 시행한 신이식 예. 대한이식학회지. 2008; 22: 27-273
 
 
살펴본 다양한 실례에서 발견되는 사실은 무엇인가? 우선 전통적으로 생명의 위협이 따르므로 수혈이 필요하다고 여겨졌던 고위험군의 수술 및 치료 영역에서도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는 가운데 무수혈 치료가 수없이 행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위 논문들은 대표적으로 발췌된 것이고 현재 국내의 무수혈 센터 개설 병원들이 다수이며 무수혈 센터가 없는 병원들도 개별적 사례로 접근하여 무수혈 시술을 하는 것으로 미루어 보아 위 논문들의 실례 보다 훨씬 더 많은 수의 무수혈 시술이 행해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무수혈 치료법은 이제 아주 희귀한 기술의 적용으로 특정 분야의 의사들만이 시행 가능한 시술법이 아니라는 사실도 발견된다. 위에 언급된 한 논문이 "무수혈치료는 이제 더 이상 신기술이 아니며 고가의 신약이나 의료 장비를 필요로 하지도 않는다. 집중적인 감시를 통해 출혈을 사전에 예방하고 출혈이 있을 때에는 좀 더 적극적인 투약과 처치를 통해 불필요한 수혈을 줄임으로써 보다 비용 효율적이며 치료의 질을 개선할 수 있는, 현재의 모든 가용 기술의 상승효과로 훌륭한 결과를 낼 수 있는 정립된 의학 기술의 집합체"라고   기술한 바와 같다.32) 그리고 무엇보다도 응급상황과 또 그에 준하는 고위험도 수술에서 무수혈 치료로  '성공한' 수많은 사례가 발견되는데, 이는 수혈을 거부하는 환자에 대하여 무수혈 치료법을 시행하는 의사의 결정을 생명 포기에 대한 원조와 동일시 할 수 없다는 결론을 가능케 한다. 33)결국 응급상황이라도 무수혈 시술을 선택한 의사에게는 의료상의 과실이 없다.
 
이러한 판단은 최근 종교적 신념을 존중하여 고관절전치술을 무수혈로 진행하던 중 환자가 사망하여 의사가 기소된 경우에 있어서 광주지법 항소부가 무죄로 판결을 내린 사안의 사실관계분석 및 법적판단과도 부합한다(광주지방법원 2009. 12. 2. 선고 2009노1622 판결).34) 구성요건해당성의 단계에서는 과실을 부정할 수 있겠다. 위법성의 단계에서는 피해자의 승낙으로 위법성이 없다고 볼 수 있다. 35)설령 과실과 위법성이 있다고 하여도 자기결정권과 생명권이라는 심중한 가치관이 서로 충돌하는 상황에서 그것도 자기결정권을 존중하기로 결심하고 위험을 감수하여 수술을 시도하였고 일관성 있게 수술을 진행하다가 응급상황을 맞은 의사에게 엄밀한 법익형량을 하여 방향을 반대로 바꾸라는 것을 기대할 수는 없으므로 책임이 없다고 볼 수 있다. 결국 의사는 무죄라고 보아야 한다.
 
물론 무수혈 시술의 과정에서 과실이 있었거나, 환자를 방치한 채 무수혈 시술을 지나치게 지체하다가 적기를 놓쳐 사망에 이른 경우는 달리 평가해야 할 것이다.

32) 박창민, 정준영. 앞의 글. 68
33)이러한 명제가 다소 단언적이라고 한다 해도, 응급상황에서도 발견되는 수많은 성공례는 적어도 그러한 무수혈 시술의 선택과 사망의 '인과관계'를 섣불리 인정하기 어렵게 하고 아울러 과실의 또다른 요소인 '예견가능성'의 존재를 의심하게 한다. 또한 과실범에서의 결과의 객관적귀속의 논점('수혈을 하였다면 살았겠는가?')에도 문제를 남긴다.
34)필자가 확인한 바로는 이 판례는 국내에서 의사가 수혈을 하지 않아 기소가 된 경우로서 환자의 적극적 자기결정권 행사가 동시에 문제된 사안으로는 유일한 것이다. 해외에서는 성인의 경우 환자의 자기결정권이 거의 절대적으로 우선한다는 것이 매우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므로 이를 존중한 의사가 무수혈만을 이유로 형사
소추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다만 1997년 이탈리아 로마의 한 법원은 수혈을 거부한 여호와의 증인 환자에 대하여 담당 의사 3인이 검사에게 강제 수혈 허가를 신청하였으나 허가를 받지 못하여 수혈을 하지 아니하던 중 환자가 사망하여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로 기소가 된 사안에서 모두 무죄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이 법원은 응급상황에서 의사에게 수혈을 할 법적의무가 있는가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판시하였다. "수혈이 환자의 생존에 필수적이라고 여겨지는 경우라도 수혈을 하지 아니한 의사들에게 형사책임이 성립되기 위하여는 De Luca(환자)를 치료하는 의사들에게 환자의 종교적 신념에 우선하여 (수혈) 치료를 강제로 시행할 법적 의무가 있다고 인정되어야 한다. (중략) 이러한 의무는 현재 시행되고 있는 명문의 법률에 의하여 도출되는 것이어야 하지, 단지 윤리적 혹은 동종의 원칙으로부터 도출되는 것이어서는 아니된다. (중략) 반면에 본 사안과 관련하여서는 강제 수혈 의무를 부과하는 어떠한 명문의 법도 발견되고 있지 아니하다. 따라서 강제 수혈 허가를 요청받은 검사 역시 강제 수혈 의무를 부과할 어떠한 법적 근거도 발견하지 못하였기에 이를 허가할 수 없었던 것이다"(Sentenza della Pretura Circondariale di Roma, sez. II Dibattimentale, Reg. Gen. Not. Reato 23842/96, Reg. Gen. Dibatt. 13163/97, depositata il 9 aprile 1997).
35) "환자가 자신의 생명이나 신체의 치료를 위해 특정한 치료방법을 선택한 경우라면, 그 치료방법이 선택 가능한 다른 치료방법에 비하여 환자의 생명에 대한 위험성을 증대시킨다고 하더라도, 이는 환자가 자살을 의도하기 위하여 특정한 치료방법을 선택한 경우와 동등하게 평가해서는 안 된다. (중략) 환자가 선택한 치료방법이 선택 가능한 다른 치료 방법에 비하여 환자의 생명에 대한 위험성을 증대시킨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직접적으로 죽음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볼 수 없는 한, 그러한 결정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의 보장'이라는 우리 헌법의 최고의 이념에 반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광주지방법원 2009노1622 판결).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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